불편한 편의점 1, 2권 다 읽고 눈물 겁나게 흘린 후기,,,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대학 3학년 문학 수업에서였다.
당시 수업이 학생끼리 조를 짜서 독서 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불편한 편의점 1권이 교수님이 선정한 책이었던 것...
난 몰랐는데 당시 같은 팀이었던 분(책을 평소에 진짜 많이 읽으신 게 티가 남... 말에서 지성이 흘러넘침... 닮고 싶음 부러움;;)이 이 책은 베스트셀러라고, 유명한 책이라고 하셨다...
평소에 책을 잘 안 읽어서 몰랐고^^ 그 분이 이어서
요즘 학생들 책 정말 안 읽지 않아요?
한 달에 한 권은 읽나...
라고 하셨을 때 그 요즘 학생이 바로 나여서^^
정말 정말 찔리는데 아닌 척 호홋 그러게요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사장은 사업 말아먹고 집에서 백수생활 중인 아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구하기 힘든 야간 알바를 구하던 중 지하철역에서 자신을 도와준 노숙자 "독고" 를 채용하게 된다.
독고는 일반적이지 않은 희한한 인물로 청파동 ALWAYS 편의점에 적응해가고
주변 인물의 삶을 유쾌하게 바라보는 그에 의해 사람들의 삶도 변화해 가는데...
이런 힐링 장르다.
불편한 편의점 1권은 독고씨의 편의점 알바 적응기,
2권은 홍금보 씨(본명은 황근배인데 자칭 타칭 홍금보라 불림)의 알바 적응기로 이어진다.
특이한 건 2권은 코로나라는 현실을 작품 전체에 계속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중 인물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편의점 손님이 마스크를 안 쓰면 일부러 기침하는 척 위협해서(?ㅋㅋㅋ)
마스크를 쓰게 만든다.
나도 코로나가 터진 20년도부터 몇 년간 편의점 알바를 해서
매우 공감하며 읽었다...
여하튼 대학 수업에서는 불편한 편의점 1권 내용을 토대로 수업을 하긴 했는데,
그 내용을 다 읽지는 않았다. 그냥 일부분, 몇 장? 정도만 읽고 그걸 기반으로 등장인물의 심리라던지 의도라던지 자신의 생각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에도 독보적으로 책을 이미 읽으셨던 그 독서가 팀원 분은 수업 내내 미스터리 했던 독고의 정체가 뒷부분에 밝혀진다고 했다. 스포 해드릴까요? 라는 말에 나는 귀 막고 안 듣는다고 했다. 내가 읽어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 지하철에서 나는 밀리의 서재(한 달 9900원에 전자책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유명한 책도, 이거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하던 책도 거의 다 있으니~없는 건 없겠지만~ 추천)를 켜서 불편한 편의점을 검색했다.
역시 베스트셀러라서 1, 2권이 다 올라와있었고, 독고씨의 정체가 궁금해서 1권을 얼른 읽었다.
독고씨의 정체는... 비밀입니다. 궁금하면 책을 읽으세요!
그때 1권을 다 읽고 참 재밌었다. 감동적이다. 하고는 연이어 2권을 열어봤다. 난 독고라는 캐릭터가 좋았는데 2권에서는 독고가 등장하질 않았다. 몇 장 읽고는 책을 덮었다.
그렇게 불편한 편의점 2권을 계속 안 읽다가, 며칠 전에 내가 분류해 둔 시리즈 책장 목록에 1권은 없이 2권만 덩그러니 남은 게 맘에 안 들어서 2권 파일을 열었다. 그대로 죽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읽으면서 눈물이 주룩주룩 나왔다. 정확한 이유도 모르겠고 그냥 눈물이 났다.
나는 올해 2월에 졸업한 취준생이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아무것도 없었다.
없었다라고 과거형으로 쓰기엔 사실 지금도 없다...ㅋㅋ...
나는 전공 이외의 분야로 취업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다.
사실 전공에 그렇게 매진했던 것도 아니고 전공 쪽으로 어떠한 경력이나 스펙을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라 크게 아쉽지는 않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니 4년 대학 생활하고 전공 쪽으로 문서 읽으며 블로그 정리하고 강의 사서 듣고 했던 게 아깝기는 하네...
비전공자로 취업하려니 그동안 쌓은 포트폴리오도 없고, 당연히 취직처는 전공자를 찾는 상황에서 나는 점점 불안함이 늘었다. 해보지도 않았지만 내가 잘 할 수 없을 거란 확신이 강해져만 갔다.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더 힘든 건 내가 지금 선택한 분야가 정말 하고 싶어서 선택한 건지, 그게 아니라 기존의 전공 쪽에서 일할 자신이 없어서 도피한 건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나는 열정을 선택한 건지 아니면 더 하기 싫은 걸 피해서 덜 하기 싫은 쪽으로 도망 온 건지 애매모호하다는 게 내가 버틸 힘을 계속 없애고 있었다.
더구나 나이도 그렇다.
지금 20대 중반인데 내 나이 또래면 어디 취업하거나 사회의 한 부분이 되어 1인분을 하며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근데 나는 아직도 갓 성인의 마음으로 갈팡질팡 갈 길을 모르고 방황하고 있었다.
이력서와 경력서에 쓸 사항이라곤 알바 몇 번의 사회 경험과 자격증 한 개 정도 밖에 없었다.
내 스스로 앞가림을 못 하고 있다는 자각과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는 사실이 날 힘들게했다...
20대 중반? 젊다 젊어! 라는 격려의 말은 곧 수능인 고3에게 하는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말만큼 와닿지가 않았다...
내 스스로가 봐도 내가 구린데, 남이 보면 오죽할까 싶었다...
미리 좀 하지. 열심히 좀 살지. 하는 후회가 날마다 수십 번은 입 안을 멤돌았다.
과거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의미 없는 후회가 현재의 생활을 방해했다.
혼자서 잘 사는 20대를 보며 어떻게 저럴까 부러워하고 나와 비교했다.
근데 불편한 편의점의 등장인물은 다들 어디 한 구석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삐걱대는 일상을 붙잡고 그럭저럭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걸 보니까 그냥 눈물이 났다...
옆에서 보면 내 모습이 진짜 궁상맞을텐데ㅋㅋㅋ 난 그냥 계속 울었다.
너무 불안했는데 홍금보가 사니까 어떻게든 살아졌다고 해서 울고,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라고 해서 또 울었다.
불안한 게 사라지진 않았는데 그냥 어떻게 살아도 내 인생이고, 누구한테 평가받으려고 사는 것도 아닌데 내 할 일 꾸준히 하며 살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 먹었다... 여전히 초조하긴 하지만 뭘 배우고 할 때마다 이거 배워서 어디에 쓸건데?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어? 정말 이걸 계속 할 수 있어? 라는 의문은 좀 사그라들었다.
뭘 해야 할 지, 정말 이걸로 될 지 모르겠어서 이것저것 건들고 살았다.
그랬더니 꾸준히 한 게 없고, 남은 것도 없다.
이런 건 그만하기로 했다. 잘 되지 않아도 그냥 살면 되니까...
끝.